Q. 할머니 자서전을 써드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A. 어느 날, 할머니께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참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였다. 어디 책이라도 써놔야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겠느냐."
할머니께서 스쳐 지나가듯 툭 던지신 한마디를 듣고 머리를 한대 쾅하고 맞은 느낌이였습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지내왔지만 할머니에 대해 모르는게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젊은 시절 할머니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또 돌아가신 할아버지와는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되셨는지 등...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써드리면서 할머니께서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는지, 또 할머니가 우리 손자녀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어보기로요.




Q. 할머니께서는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셨던것 같은지?

A. 할머니는 '말동무'를 가장 필요로 하셨던것 같아요. 
평소 저는 할머니와 유대감이 높은 편이였어요. 
어렸을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기도 했고, 제가 장난을 치거나 애교를 떨면 늘 잘 받아주시고 웃어주시곤 했어요. 
하지만 그런 제가 정작 할머니랑 대화는 거의 하지 않고 있더라고요. 
함께 집에 있더라도 할머니께서는 늘 조용히 책을 보거나 TV를 보실 때가 많았고, 저는 혼자 따로 시간을 보낼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사실 할머니 자서전을 써드리게 되기전까지는 이러한 소통의 부재가 크게 문제라고 생각 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할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할머니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고, 
서로 울고 웃으며 소통하는 시간을 갖다 보니 할머니와의 이런 시간이 너무나도 값지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왜 지금까지 할머니랑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을 안했을까, 너무 늦지는 않았을까 하는 후회심이 들지만 지금이라도 할머니와 서로 편하게 마음을 나눌수 있는 말동무가 된것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이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은 무엇인지?

A. 자서전을 써드리면서 할머니가 하셨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이 이야기는 할머니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인데 너에게 처음 이야기를 한단다” 
정말 손주와 할머니만이 나눌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선이라는게 존재하는것 같아요. 
할머니뿐만 아니라 저도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할머니에게 털어놓으면서 마음의 위로도 많이 얻고 힐링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 할머니의 지난 삶의 흔적들을 함께 되돌아 보며 할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어요.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몰랐던 할머니의 이야기들도 알게되고, 그 이야기에 담겨있는 감동과 삶의 지혜를 흡수하는 과정을 통해 할머니는 저에게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좋은 선생님, 또 좋은 말동무가 되어 주셨어요. 
분명 할머니께서도 저를 그런 손주로 생각해주실거라 믿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한명의 사람을 만나는 일은 한권의 책을 읽거나 한편의 영화를 보는 일과도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 할머니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들은 정말 값어치를 매길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많은분들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쓰는 시간을 가지며 제가 느낀 귀한 감동들을 함께 경험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